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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4 담배 한 보루가 없는 구멍가게 93

담배 한 보루가 없는 구멍가게

담배 한 보루가 없는 구멍가게


저희집 바로 앞에는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있습니다.
대여섯평 남짓의 조그마한 구멍가게에서 나이드신 할머니 혼자서 장사를 하고계시는데 요즘에는 워낙 대형마트며, 슈퍼, 편의점들이 많아서인지 도무지 손님들이 물건을 사고있는 모습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구멍가게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저도 학생이다보니 물건을 많이 살때는 가격차이가 심해서 그렇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전 애연가입니다.
그래서 담배만큼은 다른곳이 아닌 집앞 구멍가게에서 사려고 합니다.
편의점이나 슈퍼에 가도 담배는 가격이 같을 뿐더러 구멍가게가 저희 집에서 가깝기도 하니 담배를 사오면 웬지모르게 담배를 피는 저의 흡연행위가 조금이나마 정당화된다는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요.

"xx플러스 한갑이요."

하고 말하고 나면 담배를 꺼내시기 전에 언제나 제 얼굴을 먼저 뻔히 쳐다보십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몇 살이야?"
"스물여덟이요."
"신분증 줘봐. 학생 아니지?"
"당연히 아니죠...ㅋ"


어찌된게 갈때마다 할머니께서는 저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십니다.
처음에는 그냥 기억을 못하시나...하고 가볍게 생각을 했는데 1년이 넘게 일주일에 세네번씩 담배를 사러가는데도 도무지 얼굴을 기억을 못하십니다. 나이가 드셔서 기억력이 안 좋으신 모양입니다. 요즘도 담배를 사러 가게에 들르면 똑같이 신분증을 달라고 하십니다.
이제는 그럴때면 할머니께 한말씀 드립니다.

"할머니, 매일 오는 스물여덟이요. 스물여덟."
"아~알았어~^^나이가 들어서 기억을 잘 못해서 그래."


이렇게 한말씀 드리고나면 그때서야 저를 기억하시는 모양입니다. 언젠가 한번은 밖에 외출했다가 담배가 떨어지면 그냥 근처에서 사서 필 수밖에 없는데 그게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할머니 구멍가게에서 팔아드리면 저의 흡연행위도 조금은 정당화될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에 한보루씩 사다놓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할머니 xx플러스 한보루요."
"몇 살이야?"
"스물여덟 학생이요, 스물여덟. 매일 오는 학생..."
"아~~미안해~~나이가 들어서 잘 못알아봐..."



그러고는 담배를 주섬주섬 찾으시는데 담배 진열대에는 담배가 종류별로 두세 갑 밖에는 없는겁니다.
할머니가 앉아계신 뒤쪽에 있는 서랍을 막 뒤지시는데 그곳에도 다른종류의 담배만이, 그것도 몇 보루 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한참을 찾으시다가는 "담배가 없는데 어쩌지?" 하시길래 그냥 저도 모르게 죄송한 마음이 들어 던x 담배를 한보루 사가지고 돌아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귀찮더라도 한두갑씩만 딱 사오곤 하죠. 사실 많이 사와봐야 담배만 더 많이 피지 좋을게 없거든요.

< 비오는 날 찍었더니 뿌옇게 나와버린 입구 모습 >

문이 대각선으로 나있는거라 그나마 겉으로 보기에는 넓어보이네요..안으로 들어가면 더 좁아진다는...
요즘에는 주변에서 구멍가게를 찾아보기가 정말 힘든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는 정말 흔히 볼 수있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리 둘러봐도 대여섯평 남짓의 정말 조그마한 구멍가게는 여기말고는 본적이 없습니다. 싸고 좋은 물건도 좋긴한데 어릴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가 하나씩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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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라지
☆황당경험☆ 2009. 7. 1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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