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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8 돈 없으면 반장선거도 못 나간다? 93

돈 없으면 반장선거도 못 나간다?

돈 없으면 반장선거도 못 나간다?


임현철님의 아이가 학교 임원 안 되었으면 하는 이유라는 글을 보고 문득 떠오르는 내용이 있기에 한 자 적어봅니다.

<----읽기 전에 한 번 눌러주시겠어요?^^



초등학교 때...아니 제가 다닐 때만 해도 국민학교였죠.

안 그러신 선생님들도 계셨지만 보통 반장, 부반장을 뽑을 때는 상위권 성적을 가진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의 추천으로 입후보를 받았습니다.

국민학교 6학년 때...

한 친구놈이 추천을 받았는데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께 스스로 하고싶지 않다고 말씀드리니 칠판에서 그 아이의 이름을 지워주시더군요.

그 아이가 학급임원이 되는 것이 싫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반장, 부반장을 하게 되면 그 부모님들이 반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주는 전통?악습?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 뿐만아니라 반장, 부반장 부모님들은 학교에 돈 들어가는 일이 생기면 자연스레 선생님의 호출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때였습니다.



그 친구가 중학교를 올라가서...

후에 들은 얘기지만 그 당시에 학교측에서 학급임원을 뽑을 때 반장, 부반장 후보는 무조건 성적순으로 하라는 방침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반장후보에 올랐고, 투표를 통해서 부반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학기를 반장으로 지내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학교에서 겉으로는 아닌척 했지만 알게 모르게 임원들의 부모들에게 주는 부담이 있었던 것입니다.

에어컨이 필요하면 부모님을 살짝 불러서 넌즈시 얘기를 꺼냈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에는 에어컨이 놓였습니다.


그것 외에도 은근히 학교에 들어가는 돈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선생님들께 은근히 얻는 공짜 참고서들도 짭짤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모두 공짜가 아닌 부모님의 돈이나 마찬가지였죠.



한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되어 다시 반장선거를 하게 됐습니다.

보통 1학기 때 반장을 했으면 2학기 때는 입후보를 못했습니다.

하지만 1학기 때 부반장을 하면 2학기 때 부반장은 못해도 반장은 할 수 있었습니다.

1학기 부반장이 2학기 때에는 반장이 되는게 자연스럽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입후보를 포기했습니다.

돈때문이었지요.




웃기게도 2학기 때 반장이 된 친구의 공약은

"내가 반장이 된다면 우리 반 친구들에게 피자와 콜라를 모두 돌리겠다."

였습니다.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다보니 이런 일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입니다.

책으로까지 나온걸보니 말입니다.


공부 잘하는 부잣집 도련님이었지만 인기는 그닥 없는...그런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나니 그 친구가 반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지금이야 흔하지만 당시에는 거의 유일한 피자체인이었던 피자훗 피자를 반장이 된 친구의 부모님께서 직접 들고 교실로 찾아오셨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야기는 모두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입니다.

어른이 된 지금 뒤돌아보면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깟 반장, 부반장이 뭐기에 애들답지 않게 돈을 댓가로 내걸고 그리도 목을 매며 갈망하는지 말입니다.

또 그걸 그대로 해주는 부모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지...

물론 약속을 해놨으니 안 지킨다면 아들 녀석이 친구들에게 한마디씩 들을터이니 부모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있는 다른 아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돈이 없으면 반장도 못하는 더러운 세상이구나...'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학급 임원이 되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라고 한다면...

차라리 후보를 뽑을 때 대놓고 부모님의 자산순위로 뽑는건 어떨까요?

반장, 부반장이라는 이름보다는 재벌2세 아들, 재벌3세 딸이라는 직함이 더 어울리겠지요.

아이들의 선거는 아이들의 선거로 남아야지 어른들이 개입해서 자기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어른들의 선거를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되었으니 많이 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 아직까지 이런 악습이 남아있는건 아니겠죠?

미자라지
☆황당경험☆ 2010. 3. 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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