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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3 일당 8만원 농사 아르바이트를 아시나요? 195

일당 8만원 농사 아르바이트를 아시나요?

일당 8만원 농사 아르바이트를 아시나요?

제가 농사 아르바이트를 한건 재작년 여름이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을 때는 나름 이것저것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습니다. 헌데 학교를 다니면서는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학교를 다니면서 남들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 아르바이트를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다 핑계지만 학교 통학하는 데에만 하루에 3시간이 소요되니 지하철이며 버스에서 시달리다 집에 오면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는 의지는 어느새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게 학교를 다니다 방학이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에도 방학 때만은 보통 빡시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기 시작 전에 미리 용돈을 조금씩 벌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학기가 끝나고도 레포트가 있어서 미리미리 아르바이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레포트를 다 끝마치고서야 부랴부랴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역시나 방학 때는 자리가 없더군요.
그렇게 하루이틀 시간이 지났습니다. 집에서 용돈받아 사는것도 눈치보이고 죄송해서 뭔가를 하긴 해야하는데 그 흔한 편의점 알바자리도 보이질 않더군요. 그러다 평택에 있는 할머니댁에 바람도 쐴겸해서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농사 아르바이트를 알게 됐습니다.
하루는 할머니 친구분이 놀러오셨습니다.

"총각, 아르바이트 좀 해볼래?"
"예, 저야 좋죠."
"농사일을 하는데 젊은사람들이 없어서 힘쓰는 일을 할 수가 없네. 좀 도와줘."
"저야 감사하죠. 언제부터 하면 되죠?"
"내일부터."

제일 먼저 여쭤보고 싶었던 건 일당이 얼마에요? 시급이 얼마에요? 하는 것들이었지만 차마 할머니 친구분이라 말을 꺼내지 못하고 무조건 승낙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할머니 친구분이 돌아가시고 할머니께 일당얘기를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농사를 지어서 얼마나 남겠느냐고 생각하고 별로 기대도 안했는데 일당이 7만원이랍니다. 별의별 알바를 다 해봤지만 일당 7만원짜리 알바는 막노동을 제외하곤 눈씻고 찾아봐도 찾기가 어려운게 사실이죠. 막노동보단 덜 힘들겠지하며 돈을 벌 생각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하고 대문밖에서 기다리니 5시쯤 봉고차 한대가 다가옵니다.
봉고문을 열어보니 할머니, 아주머니들 천지입니다. 운전하시는 분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남자. 그것도 꽃다운 20대. 평생 여자들에게 무시당했던 울분을 그곳에서 다 풀 수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황제같은 대접을 받고 있는 중에 봉고는 한참을 달려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보니 저희 팀? 말고도 봉고차 너댓대가 더 있었고 그곳엔 할아버지 한두분을 제외하곤 모두들 할머니들 뿐이었습니다.


정말 밭이 그렇게 넓은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상쾌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새도 없이 곧바로 허리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밭일을 시작했습니다. 가서보니 무밭이더군요. 그것도 정말 제 허벅지만한  무들만 있는...전날 비가 많이 와서 장화를 신어도 흙이 무릎 위까지 왔습니다. 가뜩이나 움직이기도 힘든데 허리를 굽혀 무를 뽑으며 6시부터 10시까지 쉼없이 일했습니다. 밭은 논이랑은 달라서 경사도 심한데다 전날 비까지 와서 질척질척해서 10미터를 가기도 힘들더군요. 물 한잔 마실려고치면 30미터 정도의 경사길을 올라가야했는데 차마 용기가 나지않아 물은 정말 죽기 직전에야 마시기위해 발걸음을 뗐습니다. 주변에 모두 할머니분들 뿐이라서 담배를 필 수도 없었고, 담배 한개피를 위해 2~300미터의 진흙길을 뚫고 나가기엔 용기가 부족했습니다. 퇴근시간까지 한끼도 안주나?하며 퇴근시간이 다 된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농장주 왈

"새참드세요~"

점심도 아니고 새참이랍니다. 근처 아스팔트 길로 나갔다 오기에는 너무 멀어서 정확히 오전 10시에 진흙밭 위에 앉아 슈퍼빵한개와 200ml 우유 하나를 먹었습니다. 먹고는 진짜 1분도 쉬지않고 바로 다시 농사 시작!
그렇게 버티고 버티면서 집에 갈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점심시간은 다가오고 점심을 먹고도 또 바로 농사 시작!
그나마 새참과 점심의 차이라면 점심은 밭에서 나가서 먹기때문에 재빨리 밥을 먹고 담배 한대를 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오후가 되니 이미 허리는 끊어지기 직전에 다리는 후들후들거려 넘어지기 직전이더군요. 결코 단언하건데 제가 허약해서가 아닙니다. (전 키 180에 몸무게 80,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왔고, 운동도 좋아해서 힘쓰는 거라면 정말 자신있는 놈입니다.)


하이라이트는 오후였습니다. 수확한 무들을 포장하고 그 포장한 무들을 옮기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젊은 사람들만 하는 일이었고 물론 저는 그 일을 했습니다. 오전에 잠깐잠깐 보이던 외국인 젊은 청년들이 밭으로 들어오더군요. 다들 20대 중반의 건장한 체격이었습니다. 일당 7만원이란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젊은사람들은 일이 힘들어서 하루 와보고 다음날엔 거의 오지를 않는답니다. 그나마 젊은 남자들은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들 뿐이랍니다. 그렇게 죽을둥살둥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인 오후 6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하던 일이 남아서 끝마칠 수가 없다며 추가수당을 주겠다며 1시간만 딱 더 해달라는 겁니다. 1시간에 만원 추가! 정말 꿀같은 유혹이라 생각되실 수도 있겠으나 당시의 저는 그날의 일당을 못받아도 좋으니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그날 일을 모두 마치고 8만원이라는 큰 돈을 들고 다시 봉고를 타고 할머니댁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눈물이 나더군요. 노가다를 뛰면서도 파스 한번 붙여보지 않았던 건강한 몸이 그날은 돌아와서 파스를 사기 위해 약국에 다녀왔습니다. 다음날 정말 미치도록 농사일을 나가기가 싫더군요. 그래도 약속을 해놓았으니 어쩔 수 없이 2,3일을 더 나갔고 그 다음날은 다행히 비가 와서 하루 쉬었습니다.(어찌나 행복하던지...ㅋ) 그러고는 또 3,4일 농사일을 하고는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러고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를 장만했죠...ㅋ


 
그런데 알고보니 일당 7만원을 받는것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저뿐이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하루에 3만원, 3만 5천원을 받고 그렇게 힘든 일을 하시는거라네요. 일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젊은 사람이 필요하니 다른분들의 곱절의 일당을 주는거였습니다. 제가 기준으로는 할머니, 할아버지분들도 일당 10만원씩은 받으셔야 하는 일인데 말이죠.


이때를 생각하면 지금 도시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들이 얼마나 쉽고 편한 아르바이튼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저도 할머니 아시는 분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때려쳤을 겁니다. 농사 아르바이트를 하고난 뒤에 어떤 아르바이트라도 자신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제 생에 가장 힘들었던 아르바이트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 제 생에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하루하루로 기억합니다. 마트에서 돈 천원, 이천원이면 쉽게 사먹을 수 있는 무가 얼마나 힘들게 키워지고 힘든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오는지 깨닫는 정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 한말씀 드리자면......
농사 아르바이트는 웬만하면 피하세요...ㅋ죽을지도 모르니까요...ㅋ


지겹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으셨담 추천 한방 꾸욱~^^
미자라지
☆아르바이트경험☆ 2009. 5. 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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