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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5 노안이 오신 어머니께 안경을 사드렸습니다. 74

노안이 오신 어머니께 안경을 사드렸습니다.

노안이 오신 어머니께 안경을 사드렸습니다.

언젠가부터 어머니께서 이상하십니다.
보통 어머니와 제가 번갈아가며 설거지를 하는데 어머니께서 설거지를 하신 날이면 건조대에 올려진 컵에는 고추가루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워낙 깔끔하신 성격이시라 전에는 이런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에는 유독 잦아졌습니다.
보다못해 어머니께 한말씀 드렸습니다.

"엄마, 요새 뭔일 있어요?"
"아니, 왜?"
"아니, 설거지를 해도 고추가루가 그대로 묻어있고..."
"그랬어? 엄마는 몰랐네. 앞으로 엄마가 좀 더 신경쓸게."


그냥 아무일도 아닌가보다 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난 후부터는 어머니께서 무언가를 들고 제 방을 찾아오시는 일이 잦아지셨습니다.

"아들, 이거 뭐라고 써있는지 좀 읽어줘."

화장품 샘플봉지를 가지고 오셔서는 뭐라고 써있는지 읽어달라고 하시는 겁니다.
저희 가족들은 다른건 몰라도 다들 눈이 좋아서 안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저만 그냥 도수없는 안경을 겉멋으로 쓰고다니는 것 뿐이죠. 그래서인지 이제까지 어머니께 이런 부탁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알고보니 어머니께서는 노안이 온 모양입니다. 멀리 있는 것들은 잘 보이시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건 잘 안 보이신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직 40대 후반의 나이이십니다. 저나 누나와 함께 나가시면 큰언니, 큰누나라고 장난을 칠 정도로 젊게 보이십니다. 그런데 역시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돈이 얼마나 있나 통장을 살펴보니 다행히도 얼마전 입금된 광고비가 그대로 남아있더군요. 그동안 불편하게 생활하셨을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안경을 맞춰드리기로 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무리를 해서라도 안과에 가서 노안 수술을 해드리고 싶었지만 노안 수술은 아직까진 완벽하지가 않다는 얘기를 듣고는 일단 급한대로 안경을 맞춰드리기로 했습니다.
저는 워낙에 패션 센스가 없는 놈이라 누나가 어머니를 모시고 안경을 봐드리러 같이 갔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안경을 쓰게되면 멀리 있는걸 볼때는 안경을 내려야하고 가까운 곳을 볼 때면 안경을 써야하기에 TV에 나오는 할머니, 할아버지 같다며 싫다고 하셨지만 누나와 저의 강압적인 태도에 못이겨 결국엔 누나와 안경을 맞추러 다녀오셨습니다.
다초점렌즈를 하게 되면 가장 비싼것은 렌즈만 해도 5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고 하네요. 다행히도 어머니께서는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시고, 다초점렌즈를 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그냥 일단 돋보기를 맞췄습니다.

어머니께서 너무 돋보기 티가 나는 안경테는 싫다고 하셔서 누나가 일부러 패셔너블한 테로 골라드렸다고 합니다.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에 누나가 일부러 비싼 안경테를 골라드렸다고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렌즈보다는 안경테가 훨씬 비싸네요. 렌즈는 5만원도 안되는데 안경테가 20만원 가까이 하니 말입니다.
안경을 사고 돌아오셔서는 시험공부를 하고있던 저한테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시며 잘 어울리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안경을 쓰고계신 어머니 모습을 보니 어색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저보다는 어머니 마음이 더 속상하실까봐 내색하지 않고 한마디 해드렸습니다.

"오~~잘 어울리는데~~역시 울 엄마는 이뻐서 뭘 해도 잘 어울리시네~"

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만 나이를 먹는줄 알았지 어머니가 나이를 드신다는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노안이 오신 어머니를 보고있자니 어머니께서도 이제는 늙으셨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네요. 저때문에 고생만 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제가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 아버지께 효도하시는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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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라지
☆블로그수익활용☆ 2009. 6. 1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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