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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8 스무살 남자에게 주부습진이 웬말? 65

스무살 남자에게 주부습진이 웬말?

스무살 남자에게 주부습진이 웬말?

재수생활이 끝나고 대학원서접수를 마치고 나니 시간이 많이 남더군요.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그러하듯 수능이 끝나고는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삼성동 xxx몰 지하 식당가에 있는 돈까스집이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던 친구놈이 이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곳이었기에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일이 힘들어서 알바생들이 오래 버티지 못해서 언제나 일손이 부족하다더군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도 홀서빙 알바의 경우에는 고정적으로 하는 여자 알바생들이 많아서 괜찮은데 주방보조의 경우 며칠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아서 언제나 주방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처음 알바를 시작하면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허드렛일부터 시작입니다.
오전9시에 출근해서 출근카드를 찍고나서 장화를 신고 옷을 갈아입고 나면 오전에는 샐러드용 양배추를 기계로 써는 작업부터 시작입니다. 하루 동안 나갈 샐러드들을 모두 썰어서 씻고 얼음에 재워놓아야하니 커다란 김치통으로 5~6개 정도를 만들어 씻어놓습니다. 당시 집에서 칼 한번 잡아보지 못했던 저에겐 양배추 심을 따는 간단한 작업마저도 실수의 연속이었고, 굉장히 힘이 들더군요. 그 많은 양배추를 한꺼번에 다 썰어놓고 싱크대 양쪽에 물을 가득 담아놓고는 손으로 휘이휘이 저어서 양배추를 헹군 후에 건져냅니다. 여름이면 양배추가 금방 상할 수 있기때문에 커다란 김치통에 바닥을 얼음으로 한번 깔고 양배추를 담고, 다시 얼음을 깔고 양배추를 담고 이렇게 무지개떡 스타일로 양배추를 담아서 보관을 합니다. 그렇게 양배추 손질을 마치고 뒷처리를 하게 되면 이미 1,2시간은 훌러덩 지나가있더군요.


다음에 해야할 일은 달걀을 다섯판에서 열판 정도를 다 까서 흰자와 노른자를 섞어주는 일입니다. 워낙 주방일은 해본적이 없던 터라 처음엔 달걀 하나 깨는데도 한참을 헤맸고 깨다가 달걀껍질이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했죠. 하지만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고...며칠이 지났더니 양손으로 팍팍...열판을 깨고 믹싱하는데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게 되더군요. 이때 중요한건 양손으로 스피드하게 계란을 깨야한다는거~^^ㅋ



그 이후부터는 설거지의 시작입니다.
무조건 설거지...오로지 설거지...오히려 마음은 참 편합니다. 계속 서있어야 하기에 다리는 조금 아프지만 단순반복작업을 하다보니 별 생각없이 설거지만 하면 됩니다. 근데 몸은 편하긴 한데 출근해서 가게 문을 닫기까지 밥먹는 시간만 제외하고는 계속 손에 물기가 가실시간이 없다보니 설거지만 하기를 한달...손끝이 갈라지고 껍질이 벗겨지더군요. 약국에 가보니 주부습진이랍니다. 꽃다운 20살...20대의 황금기에 주부습진이 웬말입니까. 한번은 어머니께서 제 손을 보시고는 깜짝 놀라 그만두라고 펄쩍펄쩍 뛰시더군요. 나름? 저도 집에서는 곱게 자란 자식새낀데...집에서는 설거지 한번 안하던 놈이 밖에 나가서는 하루종일 설거지를 하고있으니 어머니께서 보시기에 얼마나 씁쓸하셨을까요..ㅋ 게다가 손에서는 계속 허물이 벗겨지고 피가나니 그런 제가 어머니 보시기에 안쓰러우셨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알바비도 굉장히 쌀때인지라 시급 2,700원을 받고 하루 12시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도 삼만원을 조금 넘는 돈을 받으니 차라리 용돈을 줄테니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라고까지 말씀을 하시더군요.


사실 이때 현실과 타협하고 조용히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어야 하는데...
그놈의 쓸데없는 죽일놈의 자존심때문에 한달을 더 했습니다..ㅋ
다행히도 그 한달간의 설거지 코스를 마치고는
설거지→우동,메밀→ 규동
의 코스로 진급?했기에 하루종일 설거지를 하지않아도 되니 조금씩 나아지더군요. 하지만 이 두달 간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도 한참을 주부습진때문에 고생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놀시간도 없었고, 몸도 피곤하고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저의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평생 도움을 주는 아르바이트였습니다. 돈까스집 주방알바를 한 이후로는 집안일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져서 설거지는 거의 도맡아했을 정도니까요.
어머니께서 굉장히 좋아하시더군요. 요새는 나름대로 이것저것 신경쓸게 많아서 어머니와 번갈아가며 설거지를 하게 되니 오히려 어머니께서 섭섭해하십니다. 요즘 설거지 자주 안하는 것 같다고...ㅋ  설거지를 내놓기만 하면 아들래미가 와서 뚝딱 해치워주니 무슨 우렁각시라도 있는 마냥 끊임없이 설거지거리를 내놓으셨었는데 요즘은 반찬만드실 때도 최대한 설거지거리를 줄이면서 하시려고 노력하시더군요...ㅋ


아르바이트를 꼭 돈만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벌기위해서라면 아르바이트는 솔직히 할게 못됩니다. 다만 돈과 함께 얻게되는 다양한 경험들이 인생살이에 있어서 언젠가는 꼭 도움이 될것이기에 더욱 값진것이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어머니를 위해 설거지 한판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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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라지
☆아르바이트경험☆ 2009. 6. 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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